5월의 어느 아침. 벚꽃은 이미 다 졌고, 책상 위엔 건강보험공단 발송 공문 한 장이 올라와 있다.
‘제목: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대상 약제 청구액 분석 결과 통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 약가협상 한 적 없는데? 이게 왜 우리한테 온 거지?”
그 의문이 드는 순간, 이미 당신은 PVA의 세계에 초대된 것이다.
PVA, 그게 뭔데요?
PVA(Volume-Price Agreement), 즉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은 2007년 법령 개정으로 도입 근거가 마련되었고, 2009년 3월부터 실제 협상이 시작된 제도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약이 예상보다 많이 팔리면, 건강보험공단이 “그만큼 약가를 깎겠다”고 협상을 걸어오는 제도.’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위험을 공단과 제약사가 함께 분담하고, 약제비 지출의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취지다. 신약이든, 제네릭이든, 복합제든 — 일정 기준을 넘으면 누구에게나 공문은 온다.
유형은 세 가지, 지금 당신의 제품은 어디에 해당하나?
PVA는 제품의 등재 방식과 협상 이력에 따라 유형 ‘가’, ‘나’, ‘다’로 나뉜다(세부운영지침 제4조).
유형 ‘가 ‘- 예상청구금액 합의 제품
신약협상, 예상청구금액 협상, 약가 인상 조정 협상, 사용범위 확대 협상 등을 통해 공단과 예상청구금액을 합의한 제품이 대상이다. 분석대상기간 청구액이 합의한 예상청구금액보다 30% 이상 초과하면 협상이 시작된다. 분석대상기간은 등재일로부터 매 1년이 되는 시점까지의 기간(최대 3년)이다.
유형 ‘나’ – 유형 ‘가’ 이후 단계 제품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나①‘ 유형 가 협상을 통해 상한금액이 조정된 제품. 조정된 날로부터 매 1년마다 전년도 청구액 대비 60% 이상 증가하거나, 10% 이상 증가하면서 증가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다시 협상 대상이 된다.
‘나②‘ 유형 가 협상을 하지 않고 최초 등재일로부터 4년이 지난 동일제품군도 ‘유형 나②’로 편입되어 같은 트리거 기준이 적용된다.
유형 ‘다‘ – 산정 등재 제품 (현 시점 공문을 받았다면 대부분이 유형 ‘다’ 이다.)
‘유형 가’ 또는 ‘유형 나’에 해당하지 않는 동일제품군, 즉 약가 협상 없이 산정으로 등재된 제품들이 해당된다. 등재 후 4차년도부터 1년마다 모니터링이 시작되며, 트리거 기준은 유형 나와 동일하다.
결정적 차이: 예상청구금액이라는 합의 기준 자체가 없다. 실제 사용량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협상이 개시된다. 한 번도 협상을 해본 적 없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성공한 결과로 공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초대장을 받았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공문을 받은 순간부터 시계가 돌아간다. 절차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세부운영지침 제8조).
(1) 청구액 분석 결과 통보 (공단 → 제약사)
공단이 분석 결과를 통보하며, 발송일로부터 2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한다.
(2) 제약사 의견 제출
제외 요건 해당 여부, 청구액 분석 이의 등을 이 단계에서 제출한다. 가장 중요한 첫 대응 시점이다.
(3) 보건복지부 협상 명령
공단이 분석 결과와 업체 의견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고, 장관이 협상을 명령한다.
(4) 공단과 협상 (60일)
명령일 다음 날부터 60일간 공단과 상한금액 및 인하율을 협상한다.
(5) 결과: 합의 또는 결렬
합의 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정 약가가 고시된다. 결렬 시 재협상 요청 또는 급여 삭제로 이어진다.
이 흐름 안에서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제외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라
모든 공문이 곧바로 협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부운영지침 제6조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아래와 같이 열거한다.
- 연간 청구액 합계가 30억 원 미만인 동일제품군
- 주성분코드가 동일한 품목들의 상한금액 산술평균가의 90% 미만인 품목 (1회용 점안제 제외)
- 저가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
- 방사성의약품 중 Fludeoxyglucose F18 injection
- 사전인하약제의 사전인하율이 협상참고산식의 인하율보다 큰 품목
- 자진인하신청에 의한 인하약제의 인하율이 협상참고산식의 인하율보다 큰 품목
-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제8조제2항제8호 단서에 따라 상한금액을 조정하지 아니하는 경우
공문을 받았다고 바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제외 요건부터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둘째, 협상참고산식을 통해 협상의 출발점을 파악하라
제외 대상이 아니라면, 공단은 협상참고가격을 산정해 협상에 임한다(세부운영지침 제9조). 유형별 산식은 아래와 같다.
[유형 ‘가’]
협상참고가격 = 0.9 × (상한금액) + (1–0.9) × {상한금액 × (예상청구금액 / 분석대상기간 동일제품군 청구액)}
[유형 ‘나’ 및 유형 ‘다’]
협상참고가격 = 0.85 × (상한금액) + (1–0.85) × {상한금액 × (분석대상기간 전년도 동일제품군 청구액 / 분석대상기간 동일제품군 청구액)}
※ 분석대상기간 청구액 규모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진다. 300억 원 이상이면 0.8, 50억~300억이면 0.85, 30억~50억이면 0.9가 적용된다.
이 참고산식이 협상의 시작점이다. 공단이 제시하는 첫 숫자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아야, 어디까지 협상할 수 있는지 전략을 짤 수 있다. 또한 공단은 감염병 대응이나 공급 차질 등 일시적 사용량 증가가 확인되는 경우, 이를 고려하여 참고가격을 보정할 수 있다(제10조). 이 부분도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해볼 여지가 있다.
그리고, 사내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PVA가 처음인 회사라면, 담당자뿐 아니라 경영진도 이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가 인하 협상이라는 결과는 경영 의사결정과 직결된다. 그런데 그 배경이 되는 제도의 구조, 협상 절차, 인하율 산정 방식을 경영진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전략적 판단이 불가능하다.
담당자가 혼자 공문을 받아들고 협상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이 제도를 이해하고 움직여야 한다. 공문을 받은 그 순간이, 내부 정비를 시작하는 타이밍이기도 하다.
규정, 어디서 찾아 어떻게 봐야 하나?
① 상위 법령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협상의 법적 근거를 규정한다. 요양급여기준 제13조 제4항·제5항,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보건복지부 고시) 제8조가 핵심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법령명으로 검색하면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② 핵심 운영지침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세부운영지침
협상 유형, 트리거 기준, 제외 요건, 참고가격 산식, 협상 절차의 세부사항이 모두 담겨 있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nhis.or.kr) → 정책·제도 → 법령/업무기준 정보 → 요양급여기준 → 약가협상 → 사용량-약가 연동협상 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제정 이후 수차례 개정되었으므로 반드시 최신 개정본인지 확인해야 한다.
③ 공단 공식 해설서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Q&A
건강보험공단이 실무 담당자를 위해 별도로 발간한다. 조문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구체적 사례 해석, 분석대상기간 적용 방법 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세부운영지침과 반드시 병행해서 읽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단 홈페이지 자료실에 게시된다.
조문 하나하나는 간결하지만, 그 조합과 적용 순서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제외 요건인지,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 우리약제의 가격이 타약제 대비 고가인지 저가인지, 일시적인 증가 요인이 있었는지, 판매량 증가가 보험재정 증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 이 모든 것이 연동되어 협상의 출발점과 인하율을 결정한다. 규정 해석이 곧 전략의 시작이다.
PVA는 피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수록, 청구액이 커질수록,
공문이 올 가능성은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공문이 온 뒤가 아니라,
오기 전에 준비되어 있느냐다.
초대장은 이미 왔다. 이제 어떻게 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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